이번 포스팅은 커튼월과 커튼월룩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건축물을 보면서 몇 번 들어봤을 법한 단어, 커튼월(Curtain Wall)입니다.
커튼월이라는 단어에서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저는 처음 이 단어를 듣고 뭔가 찰랑찰랑 거리는 하얀색 커튼이 건물에 달려있어 바람에 따라 건물의 모양이 달라지는 그런 걸 상상했었는데요. 사실은 조금 다릅니다.
또한, 주변에서 흔히 들어볼 수 있는 단어이지만 그 정확한 용도와 의미,
그리고 가끔씩 들려오는 커튼월룩(Curtain Wall Look)이라는 단어도 있습니다.
많이 헷갈리고 소문에는 효율이 떨어지고 냉난방에 불리하다는 이야기도 듣고 했을 텐데요.
그러한 내용들을 간단하게 살펴보고자 합니다.
기본적인 용어의 의미와 사례, 그리고 아파트에 적용 사례와 비용 등을 알아보겠습니다.
커튼월 Curtain Wall
커튼월은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유리로 덮인 건물로 보편적으로 공감하고 있습니다.
인터넷에 검색해보시면 '비내력 칸막이벽'이라는 식으로 많이들 적어뒀는데요.
보편적으로 쓰이는 의미나 해석이 아닌 copy and paste 형식으로 이해하지 못하고 내용을 적어둔 것 같아서 이번 포스팅에서는 커튼월의 의미와 활용도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기둥과 보 방식이 개발되기 전까지의 건축물은 구조벽과 바닥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유럽의 작은 창 건물들을 생각해 보시면 됩니다.
특히, 외벽이 벽돌을 쌓아서 만들기 때문에 창을 크게 낼 수도 없었고 벽 자체가 구조가 되었죠.
하지만 기둥과 보 방식이 개발되면서 구조의 역할은 기둥이 해주었습니다.
더 이상 벽이 구조가 될 필요가 없어졌고 벽의 경량화가 가능해졌습니다.
더 큰 창을 쓸 수 있었고 더 넓은 공간을 쓸 수 있게 되었죠.
구조벽은 말그대로 구조이기 때문에 쉽게 바꾸거나 수정하기 힘들죠.
사람으로 치면 뼈라고 보시면 됩니다.
뼈가 부러지거나 금이 가면 꽤나 오래 고생하기도 하고 수술을 하면 철근을 박거나 큰 수술로 이어지죠.
하지만 피부에 상처나 나거나 가벼운 부상 등은 간단한 약이나 가벼운 수술로도 고칠 수 있습니다.
진한 피부색을 만들고 싶으면 태닝을 하고 하얀 피부를 만들고 싶으면 관리를 받을 수 있죠.
즉, 뼈와 같은 구조를 제외한 나머지 외피(피부)는 변경이 가능하고 가벼워집니다.
건물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구조벽은 변경이 어렵습니다. 하지만 외벽이 구조체가 아니라면 가벼운 재료로 대체 가능하고 뗐다 붙였다 하면서 변경이 가능합니다.
외벽이 구조에서 자유로워지면서 커튼월이 등장하게 된 것입니다.
커튼월이 등장하면서 그 장점과 단점이 있을 텐데요. 검색만 해보셔도 기본적인 내용은 아실 수 있습니다.
장점으로는,
구조적으로 가벼워지면서 건물의 하중이 줄어들고 그 결과 공사비가 줄어들기도 합니다.
시공 측면에서도 기본 바닥과 내벽을 형성하고 커튼월 외벽을 붙일 수 있어 공사속도가 올라갑니다.
시원하게 유리가 건물을 감싸면서 아름다운 결과도 있습니다.
단점으로는,
아무래도 통 유리 건물은 여름에 더울 수 밖에 없습니다. 냉방비가 많이 들고요.
해석의 여지는 있지만 겨울에는 햇빛이 많이 들어 따뜻합니다. 난방비는 줄거나 비슷합니다.
구조로부터 자유로워졌지만 유리를 지탱해 주는 멀리언과 바라는 철골 구조가 필요하고 이에 따라 창문의 크기는 자유롭지는 않습니다. 환기면에서는 일반 미닫이, 여닫이 창에 비해 조금 불리할 수 있습니다.
위의 원론적인 내용들을 떠나서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커튼월의 등장의 의미는 다음과 같습니다.
(1) 공간의 개방감
(2) 건물의 심미성
(3) 도시의 다양화
일단 실내에서 봤을 때 창문이 작은 건물과 통유리인 건물은 개방감이 다릅니다.
아마 근교의 카페를 가보시면 통유리 카페가 많을 텐데, 엄청 시원하고 자연과 한 몸이 된 것 같은 기분이죠.
또한, 실외에서 보았을 때도 건물이 멋있습니다.
빛에 반사되면서 반짝거리는 건물과 형태에서 자유로워지기 때문에 다양한 건물이 등장하죠.
그리고 이러한 다양한 커튼월 건물들이 도시의 표정을 다양하게 만들어주고,
구조적으로 경량화되면서 고층 건물이 등장하면서 도시의 랜드마크로 자리잡고 사람들의 머릿속에 이정표가 되기도 합니다.
정리하자면,
커튼월의 등장은 외벽이 구조벽에서 자유로워지면서 나타났고
시공과 구조적인 면에서는 경량화와 가변성 등 공사적인 이점을 가져왔고
사용적인 측면에서는 몇 가지 단점은 있지만 개방감을 주었습니다.
도시적인 측면에서는 건물의 고층화, 다양화되면서 도시의 심미성과 다채로움을 표현하기도 합니다.
커튼월룩 Curtain Wall Look
커튼월룩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특이한 마감법입니다.
Look이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처럼 보이다'라는 의미입니다.
즉, 커튼월처럼 보이는 외벽마감을 의미하죠.
더 쉽게 이야기하면 커튼월룩은 커튼월 짝퉁이죠.
하지만 재미있는 건 커튼월보다는 우리나라의 기후나 실상에 더 잘 맞춰져 있어서 효율적이다는 거죠.
커튼월룩의 등장은 커튼월의 단점을 보완해서 효과를 내는 데서 시작했습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폰이 아이폰을 뺏겨서 만들다 보니 사실 우리 생활에 더 잘 맞는 제품을 만드는 것처럼요.
갤럭시폰의 삼성페이와 같은 효율성 맛을 본다면 스마트폰의 상징인 아이폰으로 돌아가기 힘들죠.
정리하면, 커튼월룩은 커튼월의 단점을 극복해서 아파트에 적용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였습니다.
커튼월의 대표적인 단점은 냉방에 불리하다는 점과 공사 가격입니다.
즉, 커튼월룩은 냉난방(난방도 포함시키겠습니다)과 공사가격에서 커튼월보다 훨씬 유리합니다.
쉽게 이야기하면 커튼월룩은 기존 아파트와 똑같은데 페인트 칠하던 부분에 유리를 덧붙인 작업입니다.
기존 아파트와 다른 것은 없고 오로지 외관만 예뻐진 것입니다.
그래서 에너지 효율(냉난방) 측면에서는 기존 아파트와 같기 때문에 효율적입니다.
환기 측면에서도 커튼월처럼 프로젝트 창(부분적으로 바깥쪽으로 열리는 창)이 아닌 일반적인 아파트 창호이기 때문에 유리합니다.
커튼월룩은 최근 아파트에 부분적으로 많이 등장하고 있고
재건축 재개발에서는 기본적으로 등장하는 아이템이 되었습니다.
이제 커튼월과 커튼월룩을 구분할 수 있을 것이고 커튼월룩에 대해서는 이 정도만 알아보겠습니다.
아파트에서 커튼월룩의 등장
그동안 우리나라 아파트에서 커튼월 이나 커튼월룩이 없었던 이유는 뭘까요?
당연히 '돈'입니다.
아파트야 말로 모든 건축물 중에 가장 경제성의 논리가 많이 들어간 건축물입니다.
가장 저렴하고 빠르게 수많은 세대를 공급할 수 있는 논리였죠.
그렇게 해서 1960년부터 30-40년간 아파트들이 빠르고 효율적으로만 공급되었습니다.
좀 더 재료적인 측면에서는 콘크리트와 페인트, 창문으로만 구성 된 아파트가 지어졌습니다.
하지만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의 의식 수준과 눈높이가 높아지면서 아파트에도 새로운 바람이 불기 시작했습니다. 단순히 숫자로만 이야기할 수 없는 부분, 효율성을 배제하고 고급스럽고 우아한 공간들을 요구하기 시작했고, 시공사도 이에 대응하기 시작했습니다.
돈이 조금 들어가더라도 커튼월룩 마감, 고급 마감재, 많은 석재, 좋은 창호 등을 원하기 시작한 것이 커튼월룩 아파트의 시발점이 되었습니다.
한편에서는 저층부에는 석재, 중간에는 페인트, 고층부에는 커튼월룩이나 강건재 마감 등 조잡하고 언밸런스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아파트 건축에서 재료의 다양화는 긍정적으로 보입니다. 다양한 건축물이 도시에 많아지는 것은 분명 좋은 시그널이죠.
주상복합인 타워팰리스(정확히는 커튼월/하이브리드)를 시작으로 다양한 아파트에 적용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하이엔드 아파트, 고급 아파트의 시대가 시작되었고 아파트에도 반짝반짝 빛나는 유리마감을 붙이기 시작했습니다.
길을 걷다가 온갖 조잡한 간판과 뜯어진 페인트의 낡은 건물들을 본 적이 있을 겁니다.
어떤 건물은 예쁜 벽돌이나 웅장한 강철마감, 혹은 유려한 유리로 마감이 된 건물도 본 적이 있을 겁니다.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예쁜 것을 좋아하고 단순하고 명료한 것을 좋아합니다.
그리고 그 건물을 한 번이라도 더 쳐다보게 되죠.
그렇게 외부인의 부러움을 사는 아파트는 커튼월룩이 있는 아파트라는 공식이 만들어지게 되었습니다.
건조했던 아파트의 입면에서도 색이 살아나기 시작했고 디자인이라는 용어를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아파트는 주거로써의 가치보다는 하나의 투자수단이자 상품으로써 가치를 더 가지기 때문에 본질적인 아름다움을 논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입니다.
커튼월룩 가격
사실 많은 분들이 궁금한 부분인 것 같습니다.
일반 페인트보다 얼마나 비싸지길래 시공사들이 커튼월룩을 부분적으로만 적용해 오는 걸까?
앞에서 말씀드렸듯이 커튼월룩은 세대 내 창호를 제외한 나머지 페인트 부분에 유리를 설치하는 것입니다.
한 개 동을 다 설치한다고 해도 창호 부분을 빼고 계산을 해야 하는 게 맞습니다.
제가 기억하는 2022년 기준의 커튼월룩 유리마감은 [10-12만원/평]입니다.
비교할 수 있는 다른 조건들로는 석재 [7만원/평], 실리콘 페인트 [2.5만/평], 수성 페인트 [1.5만원/평] 입니다.
재료의 종류나 스펙에 따라 많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참고해 주세요.
무엇보다,
커튼월룩은 커튼월보다는 구조나 유리의 스펙(퀄리티)이 높지 않아서 저렴한 편입니다.
커튼월은 일반적으로 아파트가 아닌 오피스 건물에 많이 적용되고 단가는 25만 원/평 정도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평당 가격이라는 것은 그 면적이 얼마나 커지냐에 따라 차이가 많이 날 수도 있고, 결국 큰 면적의 커튼월룩 적용은 우리가 지불하는 아파트 가격에 포함되기 때문에 적정 선을 찾아야 합니다.
그리고 커튼월룩은 외부에 보이는 효과가 가장 큰 재료입니다. 어떤 효율성이나 합리적인 이유보다 우리 단지가 예쁘고 멋있다는 것을 드러내기 위함이죠. 결과적으로 커튼월룩은 외부에서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부분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입니다. 그 이상의 설치는 세대 내 빛반사 문제, 공사비 상승, 유지관리 문제도 생길 수 있기 때문이죠.
지금이라도 커튼월룩으로 변경가능 할까요?
일단 현재 살고 계신 아파트의 외장재를 커튼월룩으로 변경하는 것은 대수선에 해당됩니다.
대수선은 허가권자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공동주택인 아파트는 여러 명이 사는 곳이기 때문에 입주자의 동의도 받아야 합니다. 비용처리와 공사에 따른 민원으로 입주해 있는 아파트에는 적용이 어렵다고 보시면 됩니다.
즉, 이미 준공된 아파트는 불가능합니다.
반대로 재건축과 재개발, 그리고 준공 이전의 아파트라면 가능합니다.
아파트 설계의 핵심은 사업시행인가와 착공입니다. 2가지 단계가 아직 도래하지 않았다면 현재 아파트 입면을 커튼월룩으로 충분히 바꾸실 수 있습니다.
만약 사업시행인가가 났다고 하더라도 착공하기 전까지는 지자체와 허가권자의 성향에 따라 다르지만 오래 걸리지 않고 가능한 편입니다.
사실 사업시행인가라는 것이 단어를 풀어보면 “네가 그 사업을 시행할 수 있도록 허락해 줄게”입니다. 즉, 단순 기획 및 초기 단계가 아니라 돈을 벌 수 있도록 사업 승인을 해준 것이죠.
그만큼 사업시행인가 이후로는 큰 변화는 어렵지만 건축설계에 경미한 변경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약간의 치트키 같은 건데, 외장재료의 변경(입면 변경)은 경미한 거니 굳이 허락받지 않고 '신고'만 하고 진행하라는 의미입니다.
또한 착공을 하면 이미 지자체에 도면도 제출되었고 공사를 시작했기 때문에 물량, 내역 등의 측면에서도 입면 디자인 변경 및 재료 변경은 어렵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지하골조부터 올라가는 아파트 공사이고 외관은 구조와 크게 상관없으니 공사하는 기간 동안도 변경이 가능합니다. 마찬가지로 경미한 변경으로 신청 가능합니다.
즉, 재건축 재개발이나 일반적인 준공 이전의 아파트는 커튼월룩으로 변경이 가능합니다.
그저 비용과 시간이 투자되어야 하고, 허가권자의 성향에 따라 재수 없으면 단순 신고가 아니라 경관심의(건축심의)부터 다시 받아야 돼서 사업기간이 엄청 늘어날 수도 있습니다.
단계가 늦춰질수록 그만큼의 리스크는 가지고 변경해야 하죠.
정리하겠습니다.
커튼월을 아파트에 적용을 하기에는 단열, 결로, 에너지, 빛반사, 환기 등 여러 문제가 있어 대안으로 생긴 것이 커튼월룩 아파트입니다. 평당 공사비가 증가하기는 하지만 이러한 경향은 랜드마크 아파트를 만들고자 하는 입주자와 시공사의 욕구가 모두 함 어우러진 결과입니다.
이번 포스팅과 더불어,
지난번 포스팅에서 경미한 변경이나 사업 단계에 대한 글이 있으니 한번 훑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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