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보기 드문 국제 공모당선작이 있었습니다.
건축설계 현상공모라고 하면 항상 화려하고 자극적인, 웅장한 건축물이 많이 등장하고
사대주의적 성향에 의해 외국 작가(건축가)들이 당선되는 것이 대부분인데,
그 당시 아주 세련되고 심플한 국내 건축가의 작품이 선정이 되었습니다.
바로 제주도립 김창열 미술관입니다.
김창열 미술관 당선작(아키플랜, 2014)
미술관은 본디 창이 없고 조용한 공간에서 인위적인 조명으로 미술품에 집중시키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미술 관람에 방해가 되는 요소를 제거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대부분 쉴 수 있는 의자도 없고 하얀 벽에 작품을 걸고 강한 집중 조명으로 미술품을 강조시킵니다.
전시장에서 전시장으로 이동하는 동선 상에도 의도적인 공간이 아니면 대부분 자극적이거나 특별한 공간 경험 없이 동선만 이어지는 형태죠.
하지만 김창열 미술관은 다릅니다.
여러개의 박스로 나뉘어진 전시장들을 사이로 빛이 투과되고 그 네모난 박스들의 중심에는 물이 있는 중정 공간(빛의 중정, Light Cube)이 있습니다.
계속해서 빛과 어둠이 반복되는 형상이죠.
이 작품이 재미있는 것은 '물방울 작가 김창열'의 물방울에 객체, 자체에 집중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일반적인 접근이라면 물방울의 형태, 표면장력, 반사되는 재질 등을 집중하여 설계안을 제안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당성작은 김창열 작가가 생각하는 물방울을 그리는 이유와 철학을 좀 더 생각하였습니다.
바로 물방울의 존재는 빛과 어둠, 그림자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점입니다.
더 나아가 빛의 반사와 투과를 통해 그 아름다움과 형태의 의미가 결정됩니다.
그것은 다양한 것들(배경, 재질, 한자, 한글, 인생, 상처, 욕망)을 흡수해서 무(無) 또는 허(虛)로 승화시킵니다.
그래서 건축가는 공간을 빛과 어둠을 표현하고자 하였고 건물의 덩어리들 사이로 틈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물방울이라는 특수성, 아주 작은 단위로 나누어진 형태라는 점에서 건물들을 휴먼스케일(human scale)로 만들었습니다. 즉, 사람들이 거부을 느끼지 않게 낮은 1층짜리로, 그리고 덩어리를 잘게 쪼개어 답답한 느낌을 최소화하였습니다.
하지만 무덤이라는 느낌을 주기 위해 검은색 송판노출콘크리트로 작업된 점은 조금 위화감을 주기도 하는 것 같아 아쉽습니다.
작가가 물방울을 그리기 시작하게 된 이유도, 그리는 이유도 다양하지만 작가의 메시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모든 것을 물방울로 용해시키고, 투명하게 ‘무(無)’로 되돌려보내기 위한 행위이다. 분노도 불안도 공포도 모든 것을 ‘허(虛)’로 돌릴 때 우리들은 평안과 평화를 체험하게 될 것”
**현재 지어진 건축물에 대한 좋은 해석과 사진들이 있어 링크를 첨부해드립니다.
2014년에 선정하고 2016년에 준공한 제주도립 김창열 미술관을 한번 살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aver?volumeNo=21975150&memberNo=954004
(아키데일리에 올라온 영어 원문입니다)
Written by Karissa RosenfieldPublished on February 25, 2014
ArchiPlan has won first prize in an international competition for a contemporary art museum designed solely for the work of Korean painter Kim Tschang-Yeul. Planned for the volcanic Jeju Island, a province in South Korea, the single-story museum is designed to be the physical manifestation of Kim’s philosophy regarding the water drop.
“We spent a long time understanding [Kim] - understanding his life, intention and his philosophy,” described the architects. “It is necessary to transform his philosophy into a constructed architectural space.”
Surface
“While many marveled at the substance of the water drops set against canvas, only a few are able to recognize the water drop as merely a medium by which to reveal the surface. As the water drop reveals the surface as a medium, this museum also becomes a medium and abstracts the idea of returning to the mother earth.”
Light and Shadow
“Kim’s water drop exists through light and shadow. The water drop becomes the ‘giver,’ origin, and the void of the light and the darkness at the same time. The darkness is empty, though, it’s full of potentials for life. The courtyard of Light at the center of the museum is the most symbolic space, where the light constantly appears and disappears through an ambiguous boundary.
“The act of painting water drops is to dissolve everything inside them and return them to a state of nothing. When everything like anger, anxiety and fear is brought to the point of nothing, we experience a state of peace and comfort.” - Kim Tschang-Yeul
CompetitionKim Tschang Yeul Museum Competition
AwardFirst Place
ArchitectsArchiplan
LocationJeju-do, South Korea
Architect in ChargeJae seung Hong, Tae hoon O
Design TeamIl kwon Park, Soo yeon Choi, Ju yeon Park, Seol i Kim, Young woo Cho, Hun young Lee
ClientJeju Special Self-Governing Province (Cultural Policy Division)
Area1900.0 m2
Project Year2015
PhotographsArchiPlan
ArchitectsArchiplan
'건축 이야기 > 좋은 건축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채드윅 송도국제학교 건축(시설) - Designed by KPF (1) | 2024.04.19 |
---|---|
아모레퍼시픽 본사 건물, 크래프톤 신사옥 - 데이비드 치퍼필드, 2023 프리츠커 (0) | 2023.10.18 |
MVRDV: 한국 건축물 사례 (한남3구역 해외설계사) (0) | 2023.10.05 |
BIG: 컨셉을 실현하는 덴마크 유명 건축가 비앙케 잉겔스 그룹 (0) | 2023.04.02 |
MVRDV: 건축 컨셉과 Green Villa 작품 (0) | 2023.03.14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