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는 용산에 아모레퍼시픽 사옥으로 유명해진 건축가가 있습니다.
David Chipperfield, 데이비드 치퍼필드
스토리라인 구성과 디테일, 아름다움을 모두 완벽하게 표현해 내는
이 건축가는 2023년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도 수상하였습니다.
주변 환경에 순응하는 아름다운 디자인을 추구하는 데이비드 치퍼필드,
그리고 아모레 퍼시픽 본사 건물에 대한 내용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 David Chipperfield
1953년 영국에서 태어난 데이비드 치퍼필드는 실내건축 장식업자의 아들이었습니다.
AA School이라는 영국의 진보적인 건축을 가르치는 대학에서 교육을 받았고,
건축계의 거장들인 렘 쿨하스(Rem Koolhaas), 베르나르 추미(Bernard Tschumi), 자하 하디드(Zaha Hadid)와 교류하면서 건축관을 형성하였습니다.
취업은 리처드 로저스(Richard Rogers)와 노먼 포스터(Norman Foster) 사무실에서 실무경험을 쌓았고,
1985년 자신의 사무실을 설립해 여러 국가에서 활동 중인 건축가입니다.
데이비드 치퍼필드는 동시대의 선생님들에게 끊임없이 배우고 자극받는다고 이야기합니다.
안도 다다오(Ando Tadao), 라파엘 모네오(Rafael Moneo), 루이기 스노치(Luigi Snozzi), 루이스 바라간(Louis Barragan) 등의 건축가들에게 영향을 받았습니다.
2023년 프리츠커 상을 수상한 데이비드 치퍼필드에게 심사위원들은 다음과 같은 평을 남겼습니다.
"공공건물과 박물관부터 주거, 상업, 업무시설까지 다양한 건물 유형의 작업을 지속하면서 현대 미니멀리즘 건축 언어와 표현의 자유, 추상적 진술과 엄격하고 우아한 조형성 사이에서 균형을 잡고 명료한 존재감을 발산해 왔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건축가이기도 하면서 막상 어떤 건축가인지 설명하라면 어려운 사람입니다.
개념, 주변과의 조화, 디테일 등이 뛰어난 완성형 건축가로 본인의 가치관이나 철학을 폭력적으로 쓰지 않는
정말 괜찮은 건축가입니다.
이어서 국내의 준공 프로젝트와 설계 진행 중인 프로젝트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아모레퍼시픽 본사 건물
서울 용산에 등장한 아모레 퍼시픽 본사 건물은 그 상징성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화장품 회사의 사옥이고 서울역, 용산역과 가깝고 디자인이 심플하고 멀리서도 육중한 느낌이 들어 인상적입니다.
아모레 퍼시픽은 이 건물의 발주자이죠.
아모레 회장님은 지역사회와의 연결을 생각한 것이 프로젝트의 시작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것을 가장 잘 이해한 데이비드 치퍼필드가 이 설계를 계획하고 아름답게 시공하였습니다.
친환경적인 부분에 관심이 많은 치퍼필드는 건물의 중정을 크게 만들어 자연광 유입을 극대화하였습니다.
3개의 큰 개방 부위는 외부와 내부를 연결시켜 주고 건물의 방향성을 보여줍니다.
이 건물의 핵심 중 하나는 외피와 덩어리 디자인이고,
하나는 내부 중정들입니다.
게다가 그 중정의 형태나 느낌을 제안했던 CG와 똑같이 구현함으로써 감탄을 자아냈습니다.
최초에는 타워형으로 요청을 받았지만,
치퍼필드는 낮고 탄탄한 볼륨의 건물을 다시 제안하였습니다.
취향 차이일 수는 있지만 아모레 퍼시픽 본사는 '달항아리'에서 이미지 모티브를 가져왔습니다.
달항아리는 위쪽 부분이 아래쪽 부분보다 크면서 탄탄한 볼륨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볼륨감이 주는 새로운 미학을 치퍼필드를 매료시켰고 새로운 디자인을 제시하게 되었습니다.
단순히 직원들의 본사, 회사건물이 아니라 지역 사회와의 커뮤니케이션을 고려하였고,
모든 사람들이 시각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공간을 중정형태의 루프가든으로 표현하였습니다.
저층부 1-3층은 투명한 유리로 처리하고 미술관, 오디토리움, 도서관, 음식점, 어린이집 등으로 구성하면서
이 건물이 단순히 직원들의 일하는 공간 외에도 지역사회나 외부인들과의 소통을 고려했습니다.
이러한 공중 정원은 내부와의 관계를 건축물로 표현해 내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핵심이었다고 봅니다.
크래프톤 신사옥
국내에 데이비드 치퍼필드의 두 번째 건물은 크래프톤 신사옥입니다.
현재 성동구의 이마트 부지에 들어서는 이 건물은 아모레 퍼시픽 본사 건물과 비슷하면서도 다릅니다.
2027년 준공 예정인 크래프톤 본사 건물은 다음과 같이 디자인되었습니다.
하나의 경직된 형태의 건물을 만들기보다는
시각적으로도 외부에 보이는 공간 구성과 다이내믹한 외관을 만들려고 했고
다양한 용도의 아트리움과 복합문화공간을 계획하여 주변과의 소통을 고려한 디자인입니다.
5개 층으로 이루어진 층 구성과 8개의 원통형 코어는 하드웨어 적인 부분을 담당합니다.
소프트웨어 적으로 공간 구성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복층 구조 및 오픈 평면 구조로 설계되었습니다.
외피 또한 다양성을 보여주고 스케일을 낮추어 주변과의 조화를 고려했습니다.
다양한 테라스와 정원을 주어 다양한 경관을 만드는데 집중했습니다.
치퍼필드는 저층 2개 층을 외부에 오픈하였습니다.
상업시설, 오픈공간, 문화공간으로 구성된 이 공간들이 실제로 지어지면 지역과 어떻게 소통할지가
또 한 번 관심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성수동이라는 특수성에 입각하여 다양한 고민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한번 지어지면 30년 이상 지속되는 건축물의 특성을 고려하고 시시각각 변화하는 특성을 모두 반영하여,
실내공간이 가지는 하드웨어의 한계를 최대한 없애려고 노력하였습니다.
외부는 일관된 루버도 꽁꽁 싸매고 공중정원이 메인이었던 아모레퍼시픽 사옥과는 다르게
크래프톤 사옥은 반대로 외피에서 프로그램들이 보이는 매력이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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